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푸른 물결 속 흰 비단길, 우도 산호 해수욕장 탐방기

by 현진코코 2025. 9. 22.

 

우도 산호해수욕장 이미지
우도 산호해수욕장 이미지


제주는 늘 설렘으로 다가오는 이름입니다. 웅장한 한라산의 기상부터 사계절 다채로운 곶자왈 숲, 그리고 발길 닿는 곳마다 펼쳐지는 에메랄드빛 바다까지, 제주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시이자 수필입니다. 수많은 제주 속 풍경 중에서도 제 마음 한편에 유독 선명하게 각인된 곳이 있으니, 바로 우도의 서빈백사, 곧 산호 해수욕장입니다. 우도행 배에 몸을 싣는 순간부터, 저는 이미 그 하얀 비단길을 걷는 듯한 상상에 잠겨 있었습니다.

 

우도로 향하는 설렘, 그리고 첫 만남


제주 본섬 성산항에서 우도로 향하는 배는 파란 물살을 가르며 나아갑니다. 저 멀리 그림처럼 떠 있는 소섬, 우도가 점차 그 위용을 드러낼 때마다 가슴이 더욱 두근거립니다. 우도는 본래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 하여 '소섬'이라 불리는데, 그 이름처럼 평화롭고 정겨운 분위기가 섬 전체를 감싸고 있습니다. 섬으로 들어서는 발걸음은 늘 여행자의 마음을 순수하게 만듭니다. 제주와는 또 다른, 오롯이 섬이 지닌 고유의 매력에 푹 빠져들 준비를 하는 시간입니다.

 

배에서 내려 천진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산호 해수욕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이미 여러 사진과 글로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이곳은 우도의 서쪽에 자리한 약 350미터 길이의 해변으로, '서빈백사(西濱白沙)'라는 이름처럼 하얀 모래사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 흔히 보던 고운 모래 대신, 이곳의 해변은 조약돌처럼 둥글고 작은 하얀 알갱이들로 가득했습니다. 마치 눈을 가득 뿌려놓은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키는 그 하얀 빛깔은 강렬한 햇살 아래 더욱 눈부시게 빛났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 하얀 알갱이들이 보통 모래가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홍조단괴'였습니다. 홍조단괴는 살아있는 홍조류가 성장하면서 탄산칼슘을 축적하여 단단한 덩어리를 이루고, 이것들이 파도에 의해 잘게 부서져 형성된 퇴적물입니다. 국내 해변 중 유일하게 이곳 산호 해수욕장의 퇴적물이 홍조단괴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은 이 해변을 더욱 특별하게 만듭니다. 그 독특한 촉감과 아름다운 색채는 자연이 빚어낸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하고, 손가락 사이로 스며드는 감촉이 낯설면서도 신비로웠습니다. 맨발로 걸으면 톡톡 발바닥을 자극하는 느낌이 마치 섬이 제게 말을 거는 듯했습니다.

 

홍조단괴의 신비와 푸른 바다의 조화


홍조단괴 해변의 하얀 빛깔은 그 옆을 흐르는 바다색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물색은 단순한 파란색이 아니었습니다. 해변 가까이는 투명한 물빛을 띠다가, 조금 더 멀어지면 영롱한 에메랄드색으로, 다시 그 너머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코발트블루로 층층이 그라데이션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마치 물감으로 섬세하게 그려놓은 듯한 이 색의 향연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속 깊은 곳까지 평화로움을 선사했습니다.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마저도 다른 해변보다 청량하고 고요하게 들리는 듯했습니다.

 

하얀 홍조단괴 알갱이들이 햇빛을 반사하며 뿜어내는 은은한 빛은 바다 깊은 곳까지 투영되어 수면 아래의 신비로운 세계를 엿보게 했습니다. 투명한 바닷물 속을 유유히 떠다니는 작은 물고기 떼, 그리고 해초들이 흔들리는 모습까지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습니다. 대자연이 오랜 시간 빚어낸 홍조단괴는 그저 아름다운 배경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는 조용한 어머니의 품 같았습니다. 우도의 남쪽에는 쇠머리오름과 같이 경사가 급한 화산 지형도 존재한다고 하지만 , 서빈백사의 해안은 한없이 부드럽고 잔잔하게 펼쳐져 여행자에게 위로를 건네는 듯했습니다. 이러한 대비 또한 우도의 매력을 더하는 요소겠지요.

 

저는 해변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이토록 희귀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마주할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제주의 다른 곳에서도 비자림의 고즈넉함이나 곶자왈의 신비로움, 사려니 숲길의 정취를 느꼈지만 , 산호 해수욕장은 시각과 촉각, 청각까지 오감을 만족시키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해변가에 앉아 발을 물에 담그니, 차가운 물속에서 홍조단괴들이 발가락 사이를 간질이는 느낌이 무척 이색적이었습니다. 파도는 제 발끝을 살며시 어루만지며 잠시 모든 시름을 잊게 해주었습니다.

 

마음속에 새겨진 푸른 우도의 풍경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어느새 해는 서서히 기울어 산호 해수욕장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얗던 해변은 주황빛과 붉은빛이 섞여 묘한 아름다움을 발산했고, 바다 역시 낮과는 또 다른 깊은 색감으로 변모했습니다. 자연이 선사하는 빛의 마술에 넋을 잃고 한동안 그 자리에 머물렀습니다. 이곳 산호 해수욕장은 단순히 아름다운 해변을 넘어, 자연의 위대함과 인내를 배우는 경이로운 배움터였습니다. 작은 홍조류들이 쌓아 올린 이 백사장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이며, 생명의 연속성을 증명하는 살아있는 증거였습니다.

 

산호 해수욕장을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아쉬움이 크게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속에는 푸른 바다와 눈부신 하얀 해변이 영원히 기억될 풍경으로 깊이 새겨졌습니다. 제주는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삶의 활력과 영감을 주는 곳입니다. 특히 우도 산호 해수욕장은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가장 값진 선물 중 하나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훗날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에도 지금과 같은 평화로움과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제주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이 특별한 경험을 꼭 한 번 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이 아름다운 섬, 우도 산호 해수욕장의 풍경은 제 수필의 좋은 소재가 되어, 저의 글쓰기 여정에 큰 영감을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