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담 뒤에 가려진 또 다른 기록
축제는 왜 늘 성공해야만 하는가그러나 실패한 축제의 이야기를 돌아보는 것은 중요하다. 실패의 기록은 단순히 부끄러운 과거가 아니라, 더 나은 행사를 만들기 위한 소중한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의 참여 부족, 과도한 예산 집행, 무리한 기획, 날씨와 같은 변수를 간과한 준비 부족 등, 실패의 원인은 다양하다. 그 속에는 우리 사회가 축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또 어떤 점을 간과하고 있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성공만을 이야기하는 사회에서는 배움이 제한된다. 반대로 실패를 솔직히 기록하고 분석할 때, 비로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에 실패한 축제의 뒷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축제나 행사의 기록은 대개 화려하다. 인파가 몰려 북적이고, 무대 위는 환호와 박수로 가득 차 있으며, 도시와 지역은 축제를 통해 활기를 얻었다는 소식이 기사로 쏟아진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그렇지 않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시행착오가 있었거나, 예상보다 관람객이 적어 조용히 막을 내린 축제도 많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는 그 이야기를 접하기 어렵다. 축제는 성공담으로만 남아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실패의 공통점 – 준비 부족과 과도한 욕심예를 들어 어떤 지역에서 열렸던 문화 축제는,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외부 공연팀을 섭외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정작 지역 주민들과 상인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소홀했다. 결과적으로 축제장은 화려했지만, 정작 그 지역 사람들의 발걸음은 뜸했고, 손님을 맞을 준비가 부족했던 상인들은 기대와 달리 큰 이익을 얻지 못했다. 축제가 끝난 후 남은 것은 지역민들의 아쉬움과 세금 낭비에 대한 불만뿐이었다.그리고 잊을 수 없는 변수는 바로 날씨다. 비가 쏟아져 무대가 무너지고, 강풍 때문에 주요 행사가 취소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물론 날씨를 완벽히 통제할 수는 없지만, 대비책조차 마련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만약 비상 대책을 마련해 두었다면 관람객들에게 실망을 줄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처럼 실패한 축제의 공통된 문제는 무리한 욕심과 기본 준비 부족에서 비롯된다. 이는 단순히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축제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에서 비롯된 문제일지도 모른다.
또 다른 경우는 과도한 욕심에서 비롯된다. 처음 기획할 때는 소박하게 지역의 문화를 알리고자 했지만, 진행 과정에서 “더 크게, 더 화려하게”라는 욕심이 더해졌다.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현실적인 실행력은 부족했으며, 정작 핵심 주제는 흐릿해졌다. 축제의 정체성이 사라진 것이다. 결국 관람객들은 “어디서 본 듯한 축제”라고 평가했고, 남는 것은 피곤함뿐이었다. 실패한 축제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각기 다른 상황과 조건 속에서도 놀라울 만큼 비슷한 공통점이 드러난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철저하지 못한 준비다.
실패의 기록에서 배우는 교훈
첫째, 축제는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화려한 무대와 유명인 섭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주인이 되어 즐길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한다. 지역민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는 축제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성공적인 축제는 외부 관광객보다 먼저 지역 주민들이 함께 즐기고 자랑스러워하는 자리에서 시작된다.셋째,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다. 날씨, 안전, 교통 등은 언제든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를 철저히 대비하고, 혹시 문제가 생기더라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관람객은 완벽한 축제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고, 그 축제의 성숙도를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실패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우리는 종종 실패를 숨기려 하고, 공식 기록에서조차 지워버리려 한다. 그러나 실패의 기록은 또 다른 성공을 위한 귀중한 자산이다. 실패에서 배울 때, 축제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지역 사회를 성장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규모보다 정체성이 중요하다
무조건 크게, 화려하게 만드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소박하더라도 그 지역만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담아낼 때 관람객은 감동을 받는다. 지역 특산물, 전통문화, 주민들의 삶 속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가 담긴 축제야말로 오래 기억된다.
실패한 축제를 돌아보는 일은 단순히 잘못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앞으로 더 나은 축제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실패를 솔직하게 공유하고, 그 원인을 분석할 때, 비로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 속에서 피어나는 진짜 의미, 모든 축제가 성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실패했다고 해서 그 축제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패한 축제는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남겨준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떤 부분을 놓쳤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화려하게 치러진 하루가 끝나고 남은 것은 무대 장식이나 불꽃놀이가 아니다. 진짜로 오래 남는 것은 사람들의 기억, 그리고 배움이다. 실패한 축제의 뒷이야기를 솔직히 마주할 때, 우리는 축제를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삶의 지혜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바라볼 수 있다. 결국 성공보다 더 값진 것은, 실패 속에서 길어 올린 교훈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