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최북단에서 만나는 분단의 현장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에 자리한 통일전망대는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해 있다. 지리적으로는 38선과 가까운 곳이자, 남북을 가르는 군사분계선과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장소다. 속초에서 북으로 약 50km, 고성군의 최북단까지 차로 달리면 닿을 수 있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남북 분단의 현실을 눈앞에서 마주할 수 있는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민간인출입통제선, 이른바 ‘민통선’을 통과해야 한다. 신분증 확인을 거친 뒤 군의 안내를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다. 이러한 절차 자체가 이미 일상적 공간과는 다른 특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도로 양옆으로는 끝없이 이어지는 철책선과 감시초소가 눈에 들어오는데, 이 장면은 한국전쟁 이후 70여 년간 이어진 분단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고성통일전망대는 1984년 처음 문을 열었고, 현재의 현대식 건물은 1989년에 새로 세워졌다. 이후 여러 차례 보수와 확장을 거쳐 오늘날에는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 대표적인 안보 관광지가 되었다. 단순히 북녘을 바라보는 전망 공간을 넘어, 전쟁의 역사와 분단의 현실, 그리고 평화와 통일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장소로 기능하고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의 지형과 풍경
전망대에 올라서면 동해안과 금강산 일대의 북녘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날씨가 맑을 때는 북쪽으로 해금강, 해금포구, 금강산 구선봉이 뚜렷하게 보인다. 금강산은 예로부터 ‘동방의 절경’이라 불리며, 우리 민족의 정서와 문화 속에 깊이 자리한 산이다. 그러나 분단 이후 남쪽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멀리서 보이는 봉우리와 해안선뿐이다.
망원경을 통해 보면 북녘의 마을이 보이기도 한다. 작은 가옥과 논밭, 그리고 도로가 눈에 들어오지만, 인적이 드문 경우가 많다. 가끔 농사일을 하는 사람들이 보일 때도 있으나, 대부분의 시간에는 적막이 흐른다. 이는 북측 접경 지역이 군사적으로 통제되는 구역임을 보여준다. 바다 역시 같은 동해이지만, 그 너머가 ‘다른 세계’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이러니다.
지리적으로 고성군은 한국전쟁 전까지는 금강산 관광의 관문이었다. 분단 이후 남한에서는 금강산을 더 이상 직접 갈 수 없게 되었지만, 1998년부터 2008년까지 현대그룹 주도의 금강산 관광 사업이 재개되면서 이 지역은 한때 남북 교류의 상징적 공간이 되었다. 그러나 관광이 중단된 이후, 지금은 다시 경계와 단절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역사 전시관과 분단의 교훈
전망대 내부에는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는 한국전쟁 발발과정, 1·4후퇴와 같은 주요 전투 상황, 고성 지역이 겪었던 피해가 기록되어 있다. 고성군은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였고, 실제로 군사분계선이 이 지역을 가로지른다. 전쟁 전에는 고성군 전체가 북한 관할이었지만, 휴전 협정으로 남북으로 분리되면서 ‘남고성’과 ‘북고성’으로 나뉘었다. 이는 고성 주민들에게 더욱 큰 아픔으로 남았다.
전시관에는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된 자료도 전시되어 있다. 사진 속에서 수십 년 만에 만난 가족들이 서로의 얼굴을 붙잡고 오열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린다. 또한 2000년대 초반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행사 장면도 소개되어 있어, 분단이 단순히 군사적 대립을 넘어 수많은 개인의 삶과 운명을 뒤흔들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전망대 한쪽에는 고성 지역에서 실제로 발견된 전쟁 유물, 철모, 무기류, 생활 흔적이 전시되어 있어 당시의 참혹한 현실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이 모든 자료들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평화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일깨워 준다.
돌아오는 길에 새기는 통일의 의미
전망대를 나서며 동해의 수평선을 다시 바라보았다. 철책선은 여전히 남북을 가르고 있었지만, 파도는 그 경계를 알지 못한 채 쉼 없이 오갔다. 자연은 나뉘어 있지 않는데, 인간이 만든 선만이 이 땅을 가르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 철책선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는 한동안 나를 침묵하게 만들었다. 고성통일전망대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분단의 현실과 평화의 가치를 깊이 체감하게 하는 현장이었다.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언젠가 이곳이 더 이상 ‘전망대’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고, 남과 북을 잇는 ‘관문’이 되기를. 금강산을 향한 길이 다시 열리고, 가족과 이웃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그날이 오면 이곳은 더 이상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통일과 화해의 시작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고성군은 한국전쟁 이전까지는 전체가 북한 관할이었다. 그러나 1953년 휴전 협정이 체결되면서 군사분계선이 고성군을 가로지르게 되었고, 행정구역 또한 남과 북으로 갈라졌다. 현재의 ‘남고성군’은 남한 강원도에, ‘북고성군’은 북한 강원도에 속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이산가족이 되었으며, 전쟁의 상흔은 지금까지도 고성 지역 사람들의 기억 속에 깊게 남아 있다.
오늘의 탐방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이러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고성이 겪어온 분단의 현실을 직접 체감하는 자리였다.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은 그저 아름다운 경치가 아니라, 한반도의 군사분계선이 불러온 시대적 비극과 남북 교류의 단절을 상징한다. 금강산이 눈앞에 보이지만 다가갈 수 없고, 같은 바다를 마주하지만 자유롭게 오갈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를 확인하게 된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분단사의 현장이자 평화를 배우는 역사 교과서와 같은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