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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도심 속 오아시스, 서서울호수공원을 걷다

by 휘준스토리 2026. 1. 12.

서서울 공원
서서울 공원

주말 아침, 아이들의 들뜬 목소리에 등 떠밀리듯 짐을 챙겨 집을 나섰습니다. 오늘 목적지는 서울 서쪽 끝자락, 양천구 신월동에 위치한 서서울호수공원입니다. 과거 낡은 정수장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이곳은 이제 시민들의 소중한 쉼터이자 아이들에게는 마법 같은 놀이터가 되어주고 있었습니다.

비행기를 부르는 마법, 소리분수와 호수의 윤슬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긴 것은 축구장 몇 배는 됨직한 거대한 중앙호수였습니다. 잔잔한 수면 위로 정수장의 흔적인 붉은 벽돌 구조물들이 군데군데 보였는데, 그 모습이 마치 현대 미술관의 야외 전시장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소리분수'입니다. 인근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상공을 지날 때마다 그 엔진 소리(71dB 이상)를 감지해 물줄기를 쏘아 올리는 기발한 분수죠. 처음에는 "정말 비행기가 지나가면 물이 나올까?"라며 반신반의하던 아이들도, 멀리서 "웅~" 하는 소리와 함께 40여 개의 물줄기가 힘차게 솟구치자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비행기 소음이라는 단점을 역발상을 통해 즐거운 이벤트로 바꾼 지혜에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아이들은 다음 비행기가 언제 올지 하늘만 목이 빠지게 쳐다보며, 소음마저도 하나의 놀이로 즐기고 있었습니다. 호숫가 데크에 앉아 반짝이는 윤슬과 힘찬 분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일주일의 피로가 씻겨 나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과거의 시간을 덧입힌 '몬드리안 정원'의 추억

호수를 지나 공원 깊숙이 들어가면 서서울호수공원의 상징과도 같은 '몬드리안 정원'이 나타납니다. 이곳은 과거 정수장의 침전조였던 콘크리트 구조물을 그대로 살려, 추상화가 몬드리안의 작품처럼 수직과 수평의 선이 조화로운 정원으로 꾸민 곳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이곳이 거대한 미로 같았나 봅니다. 회색 콘크리트 벽 사이사이를 뛰어다니며 숨바꼭질을 하고, 벽면을 타고 내려온 담쟁이덩굴 아래에서 사진을 찍어달라며 포즈를 취합니다. 낡고 거친 콘크리트 질감과 그 위를 덮은 초록색 생명력의 대비는 묘한 미적 쾌감을 주었습니다.

특히 정수 시설의 일부였던 파이프들을 활용한 벤치나 장식물들은 아이들에게 훌륭한 탐구 대상이 되었습니다. "아빠, 여기서 예전에는 우리가 마시는 물이 깨끗해졌대요!"라고 설명해 주는 아이의 눈빛이 사뭇 진지했습니다. 단순히 예쁘게 꾸며진 공원을 넘어, 도시의 기억을 어떻게 보존하고 재생해야 하는지를 아이들이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었습니다.

숲의 품에서 즐기는 소박한 피크닉과 일상의 행복

몬드리안 정원을 지나 뒤편으로 연결된 능골산 등산로 쪽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인공적인 시설물들 사이로 자연스럽게 우거진 숲길은 도심 한복판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해줍니다. 이곳에는 넓은 잔디광장과 평상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돗자리를 펴고 쉬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우리 가족도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를 폈습니다. 집에서 정성스레 싸 온 도시락을 나누어 먹으며 아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화려한 테마파크나 비싼 놀이공원은 아니지만,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휴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식사를 마치자마자 근처 창의놀이터로 달려갔습니다. 모래를 만지고 나무 미끄럼틀을 타며 땀을 뻘뻘 흘리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개했습니다. 서서울호수공원은 이처럼 '물'과 '숲', 그리고 '역사'가 어우러져 남녀노소 누구나 자신만의 휴식을 찾을 수 있는 포용력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 탐방을 마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백미러로 보이는 아이들은 어느새 꽥꽥 소리를 지르던 에너지를 다 쏟아붓고 곤히 잠들어 있었습니다. 서서울호수공원은 세련된 현대미와 투박한 과거의 흔적이 공존하는 독특한 매력을 가진 곳입니다.

무엇보다 비행기 소음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킨 소리분수는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특별한 경험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번 주말, 거창한 계획 없이도 가족과 함께 특별한 추억을 쌓고 싶다면 운동화 끈 단단히 묶고 서서울호수공원으로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비행기가 지나갈 때마다 여러분의 고민도 분수처럼 시원하게 날아가 버릴지도 모릅니다.

 

🚗 서서울호수공원 주차 팁 (주차팀을 위한 가이드)
서서울호수공원은 규모에 비해 주차 공간이 넉넉한 편은 아닙니다. 쾌적한 나들이를 위해 아래 정보를 꼭 확인하세요!

  1. 공식 주차장 정보 (서서울호수공원 공영주차장)

위치: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월동 268-19 (공원 입구와 바로 연결)
운영 시간: 24시간 연중무휴

주차 요금: 5분당 50원 (1시간 600원)

서울시 공영주차장 중에서도 요금이 매우 저렴한 편입니다.

할인 혜택: 다자녀(2자녀 이상), 경차, 저공해 차량,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 공영주차장 표준 할인 적용

  1. 방문 시 주의사항 (실전 팁)

주말 정체 주의: 주차장 면수가 약 50여 대 정도로 협소합니다. 주말이나 공휴일 오후 1시 이후에 도착하면 만차인 경우가 많아 입구에서 대기 줄이 길게 늘어집니다.

오전 방문 권장: 아이들과 여유 있게 즐기시려면 오전 10시 이전 도착을 강력 추천합니다.

대중교통 활용: 공원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 접근성이 좋습니다. 주차 스트레스를 피하고 싶다면 버스 이용도 좋은 대안입니다.

  1. 만차 시 대안 (인근 주차장)

신월7동 해맞이 공영주차장: 공원까지 도보로 약 10분 정도 소요되지만, 공식 주차장이 만차일 때 가장 가까운 대안이 됩니다. (양천구 지양로7길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