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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제주 로컬 푸드, 알려지지 않은 맛의 향연

by 현진코코 2025. 11. 22.

제주 사람들이 진짜 즐기는 숨겨진 제철 식재료나 전통 음식을 찾아 떠나는 미식 기행 수필

알려지지 않은 로컬 후드


제주 하면 뭐다? 당연 흑돼지, 감귤이지! 이젠 공식처럼 굳어진 관광 필수 코스. 길거리 어디를 가도 흑돼지 연기 자욱하고, 감귤 관련 상품은 차고 넘치지. 솔직히 뤼튼 너도 인정? 어 인정! 가끔은 좀 식상하다는 생각 안 해봤니? 우리 ‘제주 좀 다녀본 티’ 내려면, 제주 사람들이 찐으로 즐기는 그들만의 '레어템'을 찾아봐야 하는 거 아니겠어? 흑돼지 육즙이 터지는 것도 좋고, 새콤달콤 감귤 까먹는 맛도 좋은데, 이젠 좀 더 깊숙이 들어가 봐야지. 말 그대로 ‘로컬 푸드 전문가’ 포스 한번 뿜어내 보자고.

 

이번 제주 미식 기행의 목표는 아주 확고했다. "관광객 코스 ㄴㄴ, 찐 현지인 코스 ㅇㅇ." 숨겨진 골목 어귀의 작은 식당, 제철 따라 갓 잡은 싱싱한 재료로 뚝딱 만들어낸 손맛. 그런 게 나를 춤추게 했지. 비 오는 날이면 차가운 바람에 어깨를 움츠리며, 맑은 날이면 햇살 아래 눈을 가늘게 뜨며, 오직 제주의 '진짜 맛'을 찾아 나선 여정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선, 일종의 미식 탐험이자 정신적인 모험이었다. 관광객의 발길이 뜸한 동네 슈퍼에서 어르신들이 씹는 사투리를 엿듣고, 작은 식당 아주머니의 투박하지만 따뜻한 미소 속에서 제주의 넉넉함을 느끼는, 그런 과정 말이다. 이 땅의 숨결과 역사가 오롯이 담긴 음식 앞에서 나는 겸허해질 수밖에 없었다.

 

진짜 제주의 맛을 찾아: 아는 맛 말고 '숨겨진 맛'을 찾아서


가장 먼저 나를 설레게 한 건 바로 '보말'이었다. 보말? 그게 뭔데 씹덕아 할 수도 있는데, 이게 제주 바다에서 나는 고둥 종류거든. 사실 제주도에서는 흔한 해산물이긴 한데, 이 보말로 만든 '보말칼국수''보말죽'은 진짜 제대로 하는 집을 찾아야 그 진가를 알 수 있어. 쌉인정. 제주 여행 좀 해봤다는 사람들도 흔히 흑돼지나 해산물 모듬에 혹하지, 굳이 이 소박한 보말에 눈길을 주지 않거든. 하지만 난 알지. 진짜 보말 맛집은, 현지인들의 입소문을 타고 그 작은 동네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한적한 해안도로 옆, 허름한 듯 정겨운 식당에 들어섰다. 겉모습은 그냥 평범한 동네 식당이지만, 입구에서부터 풍기는 짭조름하면서도 깊은 바다 내음은 이미 나를 홀리고 있었다. 따끈한 보말칼국수를 시키고 앉으니, 뽀얀 국물 위에 초록빛 보말 알갱이들이 송송 박혀 있는 자태가 예술이었다.

 

슴슴한 듯하지만 끓이면 끓일수록 진국이 되는 육수에, 쫄깃한 면발이 입안에서 미끄러져 들어왔다. 그 위에 송송 썰어 넣은 청량고추의 칼칼함이 더해지니 와... 이건 진짜 해장템이자 소울푸드. 전날 과음한 것도 아닌데, 속이 확 풀리는 듯한 기분이랄까? 묵직하면서도 깔끔한 맛의 밸런스는 내가 이제껏 경험했던 어떤 해산물 요리와도 달랐다.

 

옆 테이블 제주 할망들이 '호로록' 거리는 소리가 그렇게 정겨울 수 없더라니까? 보말의 쌉싸름한 맛이 육수의 고소함과 어우러져 목 넘김이 환상적이었다. 이 맛은 마치 제주의 거친 파도와 따뜻한 햇살이 한 그릇에 담긴 듯, 자연의 정직한 맛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단순히 한 끼 식사를 넘어, 제주의 바다가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하는, 그런 깊고 진한 맛이었다.

 

바다와 육지가 빚어낸 제주 사람들의 소울 푸드


그리고 놓칠 수 없는 또 하나의 찐 로컬푸드, 바로 '몸국'이다. ‘몸’은 모자반이라는 해초인데, 돼지 육수에 이 모자반을 넣고 끓여낸 국이 바로 몸국이야. 비주얼만 보면 이게 뭐지? 싶을 수도 있는데, 첫 숟가락을 뜨는 순간... 이야, 이거 물건이네. 낯선 비주얼에 살짝 망설였던 것도 잠시, 진한 돼지 육수의 구수함이 먼저 코끝을 간지럽히고, 이어 모자반의 독특하면서도 부드러운 향, 그리고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의 조합은 미쳤다리. 그 고소함은 마치 수십 년을 끓여낸 사골 육수처럼 깊이가 있었고, 모자반 특유의 향은 육지의 재료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바다의 풍미를 더했다.

 

이건 진짜 현지인들이 잔치나 행사 때 꼭 해 먹는다는 음식이라니, 괜히 더 특별하게 느껴지더라. 며느리가 시집오면 몸국 끓이는 법부터 배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주 사람들에게는 삶과 밀접한, 상징적인 음식이었다. ‘아, 이게 진짜 제주의 맛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온달까? 관광객은 모르는 진짜 숨은 맛집에서 땀 흘리면서 먹는데, 그 희열은 뭐... 말모말모. JMTGR. 얼큰하고 시원한 감칠맛은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듯했고, 따뜻한 국물이 온몸을 감싸 안는 듯한 느낌은 마치 제주 할머니의 품처럼 포근했다.

 

몸국이 육지와 바다의 조화라면, '자리돔'은 순수한 바다의 선물이다. 육지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이 작은 물고기는 제주 사람들의 밥상에서 여름을 대표하는 별미 중 하나다. 짭조름하면서도 살짝 쌉싸름한 자리돔은 주로 '자리물회'나 구이로 즐기는데, 나는 슴슴하게 구운 자리돔에 소주 한잔 기울이는 제주 아저씨들처럼 그 맛을 즐기고 싶었다. 뼈째 씹어 먹는 자리돔 구이는 고소함과 함께 바다 특유의 깊은 맛이 배어 나와 맥주를 부르는 맛이다. 입안에서 터지는 작은 살점들과 고소한 뼈의 조화는, 왜 현지인들이 이 작은 생선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단박에 이해하게 했다. 비린 맛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꺼릴 수도 있지만, 그 특유의 향과 맛은 제주 바다의 거친 숨결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했다.

 

소박함 속에 담긴 제주의 정성: 그리고 미식 여정의 완성


디저트 배는 따로 있으니까, 달콤함이 아닌 소박한 맛을 찾아 헤매다 발견한 건 '빙떡'이었어. 메밀피에 무채를 넣고 돌돌 말아낸 전병 같은 건데, 뭐 대단한 맛이 있겠어? 싶었는데 이게 또 담백하고 고소하니 은근 중독성 있더라? 제주 오일장이나 재래시장을 기웃거리다 발견한 빙떡은 투박하지만 정직한 맛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기름진 음식으로 꽉 찬 배에 담백함으로 마무리하는 느낌이랄까. 간혹 씹히는 무채의 아삭함과 메밀 피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한도 끝도 없이 들어가는 마성의 맛이었다. 꾸밈없는 제주 아줌마의 손맛이 느껴지는 그런 맛이었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소박함 속에서 깊은 만족감을 선사하는, 진정한 제주의 멋을 담은 디저트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주 현지인들의 해장국이자 보양식인 '고사리 육개장'을 빼놓을 수 없지. 육지에서 흔히 먹는 소고기 육개장과는 완전히 다른 비주얼과 맛에 처음에는 당황할 수도 있다. 검붉은 국물에 마치 고기처럼 풀어져 있는 고사리가 가득한데, 한술 뜨면 돼지고기 국물의 진하고 구수한 맛이 먼저 느껴지고, 그 뒤로 부드럽게 씹히는 고사리의 식감이 일품이다. 육개장이라고는 하지만 얼큰함보다는 진한 고소함과 담백함이 주를 이루는, 마치 걸쭉한 스프 같은 느낌이다. 해녀들이 물질 후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 먹던 음식이라고 하니, 그 속에 담긴 영양과 깊이를 짐작할 수 있었다. 거칠지만 투박하고 정직한 제주의 자연을 그대로 담아낸 맛이랄까. 관광객들이 흔히 찾는 순대국밥이나 해장국과는 다른, 제주 사람들만의 속 깊은 위로가 담겨 있는 음식이었다.

 

이번 제주 미식 기행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걸 넘어섰어. 현지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엿보고, 그들의 삶에 스며든 식문화를 체험하는 과정이었지. 숨겨진 골목길을 걷고, 허름한 식당의 문을 열며, 처음 보는 음식 앞에서 설렘과 기대감, 그리고 때로는 약간의 당황스러움을 느끼는 이 모든 순간이 소중했다. 알려진 관광지 맛집만 쫓아다니다가 놓쳤던 '진짜 제주'의 모습을 만난 느낌이랄까? 음식은 그 지역의 문화이자 역사의 살아있는 증거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