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지의 땅에서 영감의 성지로, 41년의 시간을 품은 탱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의 활기찬 함성 소리를 뒤로하고 길을 건너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거대한 옹벽이 나타납니다. 이곳이 바로 과거 석유 파동에 대비해 서울 시민의 연료를 저장하던 ‘마포 석유비축기지’였습니다. 40년 넘게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었던 이 비밀스러운 공간은 이제 ‘문화비축기지’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습니다.
겨울의 문화비축기지는 그야말로 ‘질감의 천국’입니다. 거대한 녹슨 철판, 거친 콘크리트 벽, 그리고 그 사이를 비집고 나온 겨울 잡초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아우라를 뿜어냅니다. 처음 이곳에 발을 들이면 그 압도적인 규모와 투박함에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차가운 철제 탱크가 품고 있는 따뜻한 역사의 흔적을 발견하게 됩니다. 삭막한 겨울 풍경이 오히려 이곳의 산업 유산적 가치를 더 돋보이게 만들죠. 교회 홍보 사진이라고 해서 꼭 예쁘고 화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이 거칠고 단단한 배경이 우리 신앙의 견고함을 더 잘 보여주기도 하니까요.
T1부터 T6까지, 공간마다 다른 표정을 짓는 출사 포인트
문화비축기지에는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6개의 탱크(T1~T6)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곳은 유리 파빌리온인 T1입니다. 탱크의 철재 구조물을 걷어내고 유리벽을 세운 이곳은 햇빛이 사방에서 쏟아져 들어와, 겨울철 실내 촬영의 성지로 불립니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매봉산의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비치는데, 그 앞에 토퍼를 들고 서면 마치 현대적인 갤러리에서 촬영한 듯한 세련된 결과물이 나옵니다.
조금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싶다면 T2 야외무대를 추천합니다. 탱크의 상부를 절개해 만든 이 공간은 거대한 철벽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어 소리가 울리고 빛이 신비롭게 떨어집니다. 붉게 녹슨 철벽을 배경으로 흰색이나 금색 글씨의 토퍼를 들고 찍어보세요. 배경의 짙은 질감과 토퍼의 깔끔한 대비가 시선을 확 사로잡을 것입니다. 마치 거친 세상 속에서도 변치 않는 진리를 선포하는 듯한 강렬한 메시지를 담기에 이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을 것 같네요.
소리의 울림과 빛의 통로,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
가장 마지막에 지어진 T6 커뮤니티 센터는 이전 탱크들을 해체하면서 나온 철판을 재활용해 만든 건물입니다. 이곳의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하늘이 동그랗게 뚫린 중정을 만나게 됩니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가 그 구멍을 통해 쏟아져 내려오고, 그 아래 서 있으면 마치 거대한 성소에 들어와 있는 듯한 경건함마저 느껴집니다.
이곳에서의 촬영은 화려한 기술보다 '여백의 미'를 살리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텅 빈 공간에 토퍼 하나만을 들고 찍어도 그 공간이 주는 무게감 덕분에 사진에 깊이가 생깁니다. 촬영을 모두 마쳤다면 T6 내에 있는 카페 ‘소셜카페’에서 몸을 녹여보세요. 탱크의 안팎을 누비며 담아낸 사진들을 찬찬히 훑어보다 보면, 삭막하다고만 생각했던 겨울이 사실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낡은 석유 탱크가 문화를 저장하는 공간으로 변했듯, 우리의 홍보 토퍼 한 장이 누군가의 마음속에 따뜻한 위로의 씨앗으로 저장되길 바라며 출사를 마무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