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0 한 걸음 더 단단하게, 런지 운동 이야기 주저앉던 다리에 다시 힘을60대가 되고 나니 계단을 오를 때마다 허벅지가 후들거리고, 버스에서 내려 한두 걸음을 떼는 것도 신경이 쓰였습니다. 예전 같으면 가볍게 뛰어오르던 계단이 어느새 ‘넘어야 할 산’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무릎이 시큰거릴 때는 혹시라도 넘어질까 조심스러워, 발걸음이 점점 더 작아지고 느려졌습니다.그때 들은 운동이 바로 런지(Lunge)였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겁이 났습니다. 런지는 한쪽 다리를 크게 내딛고 무릎을 굽혔다 펴는 동작인데, 무릎에 무리가 갈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자나 벽을 잡고 천천히 해보니 생각보다 안정감이 있었고, 무엇보다 다리와 엉덩이에 힘이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무릎이 약한 사람도 깊게 앉지 않고, 보조를 잡은 채 천천히 하면 안전하게 할 수.. 2025. 9. 23. 푸른 물결 속 흰 비단길, 우도 산호 해수욕장 탐방기 제주는 늘 설렘으로 다가오는 이름입니다. 웅장한 한라산의 기상부터 사계절 다채로운 곶자왈 숲, 그리고 발길 닿는 곳마다 펼쳐지는 에메랄드빛 바다까지, 제주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시이자 수필입니다. 수많은 제주 속 풍경 중에서도 제 마음 한편에 유독 선명하게 각인된 곳이 있으니, 바로 우도의 서빈백사, 곧 산호 해수욕장입니다. 우도행 배에 몸을 싣는 순간부터, 저는 이미 그 하얀 비단길을 걷는 듯한 상상에 잠겨 있었습니다. 우도로 향하는 설렘, 그리고 첫 만남제주 본섬 성산항에서 우도로 향하는 배는 파란 물살을 가르며 나아갑니다. 저 멀리 그림처럼 떠 있는 소섬, 우도가 점차 그 위용을 드러낼 때마다 가슴이 더욱 두근거립니다. 우도는 본래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 하여 '소섬'이라 불리는데, 그 이름처.. 2025. 9. 22. 마라도에 부는 바람, 시간의 흔적을 만나다 제주 모슬포항에서 남쪽으로 뱃길을 11km쯤 달려 약 30분, 대한민국 최남단 섬 마라도에 닿았습니다.푸른 물결을 가르며 나아가는 쾌속선 위에서 바라본 수평선은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이따금씩 바다 위를 스치는 갈매기들의 울음소리가 드넓은 대자연 속으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마다, 도시의 번잡함과 일상의 무게가 조금씩 씻겨 내려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렴풋이 멀리서 바라본 마라도는 마치 거대한 잔디밭 위에 놓인 작은 섬처럼 보였습니다. 높은 봉우리 하나 없이 평평하게 펼쳐진 지형은, 익숙한 제주의 오름과는 또 다른 낯설면서도 고즈넉한 매력을 풍겼습니다. 그 작고 긴 섬(동서 500m, 남북 1.2km)에 발을 딛는 순간, 저는 시간의 흐름을 초월하는 듯한 고요함과 동.. 2025. 9. 21. 철원 고석정, 시간과 자연이 빚어낸 비경 속으로 -현진- 철원, 이름 석 자만으로도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흔적과 아스라한 옛 전설이 교차하는 듯한 묘한 울림을 주는 곳. 그곳, 강원도 철원의 깊은 품 안에 자리한 고석정은 오래전부터 제 마음 한켠에 아련한 그리움과 호기심으로 존재했습니다. 평생을 사진으로 찰나의 미학을 붙잡으려 애쓰고, 글로 인생의 깊이를 헤아리려 노력해왔지만, 어떤 풍경은 단순히 기록하는 것을 넘어선 영혼의 울림을 선사하곤 합니다. 고석정은 제게 바로 그러한 곳이었습니다. 저는 늘 수필이라는 형식 속에서 세상의 아름다움과 삶의 의미를 탐색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더불어, 카드뉴스라는 현대적인 매체를 통해 저의 사색과 지식을 공유하며 새로운 소통 방식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목표, 즉 '수필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과.. 2025. 9. 20. 굽이치는 시간의 강물,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걷다 -현진- 도시의 웅성거림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갈 무렵, 저의 마음은 깊은 곳으로부터 한 조각의 자연을 갈망하기 시작했습니다. 스치듯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잊고 지냈던 저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삶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볼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찾아 헤매었지요. 사진 촬영을 통해 세상을 담아내고, 수필로 사색의 흔적을 남기며, 카드뉴스로 아름다움을 나누는 일련의 창작 활동을 하면서도, 때로는 정제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영감이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그때 제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긴 곳은 바로 강원도 철원의 한탄강 주상절리 길이었습니다. 태곳적 지구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곳에서, 저는 어쩌면 저 자신조차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안고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이 길 .. 2025. 9. 19. 여행은 멀수록 좋다? 가까운 성당 벤치에서 발견한 세계지도 멀리 가지 않고도 멀리 다녀오는 법성당 마당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바깥 소리를 낮추는 종소리가 있습니다. 문간에서 한 번, 성수대 앞에서 한 번 더 호흡을 고르고, 마당 끝 벤치에 앉습니다. 그 벤치는 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가집니다. 여름엔 그림자 아래 숨을 쉬고, 겨울엔 나무결이 얇게 얼어 있습니다. 그 표정들을 여러 번 마주하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내가 그동안 지나친 것은 먼 바다가 아니라, 가까운 벤치였다는 것을요. 우리는 흔히 여행을 지도의 끝자락으로 미뤄 두지만, 여행의 본질은 거리보다 태도에 있다는 사실을 이 자리에서 배웁니다. 멀리 가야만 넓어지는 마음이라면, 그 마음은 이 벤치에도 앉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벤치 앞에는 오래된 회양목이 한 그루 서 있습니다. 줄기에 박힌 나이테의 주름은 .. 2025. 9. 19.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