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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고석정, 시간과 자연이 빚어낸 비경 속으로 -현진- 철원, 이름 석 자만으로도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흔적과 아스라한 옛 전설이 교차하는 듯한 묘한 울림을 주는 곳. 그곳, 강원도 철원의 깊은 품 안에 자리한 고석정은 오래전부터 제 마음 한켠에 아련한 그리움과 호기심으로 존재했습니다. 평생을 사진으로 찰나의 미학을 붙잡으려 애쓰고, 글로 인생의 깊이를 헤아리려 노력해왔지만, 어떤 풍경은 단순히 기록하는 것을 넘어선 영혼의 울림을 선사하곤 합니다. 고석정은 제게 바로 그러한 곳이었습니다. 저는 늘 수필이라는 형식 속에서 세상의 아름다움과 삶의 의미를 탐색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더불어, 카드뉴스라는 현대적인 매체를 통해 저의 사색과 지식을 공유하며 새로운 소통 방식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목표, 즉 '수필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과.. 2025. 9. 20.
굽이치는 시간의 강물,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걷다 -현진- 도시의 웅성거림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갈 무렵, 저의 마음은 깊은 곳으로부터 한 조각의 자연을 갈망하기 시작했습니다. 스치듯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잊고 지냈던 저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삶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볼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찾아 헤매었지요. 사진 촬영을 통해 세상을 담아내고, 수필로 사색의 흔적을 남기며, 카드뉴스로 아름다움을 나누는 일련의 창작 활동을 하면서도, 때로는 정제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영감이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그때 제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긴 곳은 바로 강원도 철원의 한탄강 주상절리 길이었습니다. 태곳적 지구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곳에서, 저는 어쩌면 저 자신조차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안고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이 길 .. 2025. 9. 19.
여행은 멀수록 좋다? 가까운 성당 벤치에서 발견한 세계지도 멀리 가지 않고도 멀리 다녀오는 법성당 마당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바깥 소리를 낮추는 종소리가 있습니다. 문간에서 한 번, 성수대 앞에서 한 번 더 호흡을 고르고, 마당 끝 벤치에 앉습니다. 그 벤치는 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가집니다. 여름엔 그림자 아래 숨을 쉬고, 겨울엔 나무결이 얇게 얼어 있습니다. 그 표정들을 여러 번 마주하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내가 그동안 지나친 것은 먼 바다가 아니라, 가까운 벤치였다는 것을요. 우리는 흔히 여행을 지도의 끝자락으로 미뤄 두지만, 여행의 본질은 거리보다 태도에 있다는 사실을 이 자리에서 배웁니다. 멀리 가야만 넓어지는 마음이라면, 그 마음은 이 벤치에도 앉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벤치 앞에는 오래된 회양목이 한 그루 서 있습니다. 줄기에 박힌 나이테의 주름은 .. 2025. 9. 19.
금융 기사 대신 산책로에서 배운 복리: 시간이 돈보다 강해지는 순간 숫자 대신 발걸음으로 이해한 곱셈의 마법아침 산책길에선 시장 차트를 보지 않아도 배움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단지 건강을 위해 시작했지만, 며칠을 이어가다 보니 매일 더해지는 작은 변화가 제 눈앞에서 자라나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호흡은 조금 길어지고, 보폭은 한 뼘 더 넓어지고, 같은 코스의 오르막도 덜 가파르게 느껴집니다. 그 성장은 하루하루가 똑같이 더해진 결과가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체력이 스스로 체력을 키우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이때 문득 깨닫습니다. 아, 이것이야말로 복리의 얼굴이구나. 돈이 돈을 낳듯, 체력이 체력을 낳고, 습관이 습관을 키우는 순환. 적금처럼 꾸준히 넣는 노력은 선형으로 보이지만, 어느 지점을 지나면 체감은 곡선으로 휘어 오릅니다. 숫자로는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였습니다. .. 2025. 9. 19.
사진의 빈 여백이 말해준 것: 글을 덜어내는 용기에 대하여 말하지 않은 것들이 먼저 도착하는 아침사진을 고를 때면, 선명한 피사체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습니다. 피사체를 둘러싼 빈 자리, 빛이 머물다 조용히 물러난 그 공간입니다. 처음에는 그 빈자리가 미완성처럼 보였습니다. 더 채워야 할 것 같고, 뭔가를 놓친 것 같고, 설명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알게 됩니다. 빈자리야말로 장면의 심장이고, 말하지 않은 것이 말한 것을 지탱한다는 것을요. 한 장의 사진 앞에서 오래 서 있으면, 침묵이 배경음을 바꿉니다. 가만히 있던 경계선들이 서서히 숨을 쉬고, 빛과 그림자의 완급이 드러나며, 가려진 사연들이 문틈으로 들어옵니다. 그때 저는 비로소, 글도 이렇게 쓰여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립니다. 말을 더 얹는 대신, 이미 도착해 있는 의미를 더 .. 2025. 9. 18.
‘기쁘다 구주 오셨네’의 현재 의미: 지구촌 평화가 시작되는 기쁜 인사 한 줄의 찬송이 건네는 첫 인사, 기쁨이 길을 연다허준님, 아침 공기를 가르는 첫 호흡처럼, “기쁘다 구주 오셨네”라는 한 줄의 찬송은 겨울의 문턱마다 새롭게 태어납니다. 익숙한 선율이지만, 해마다 그 기쁨은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해가 바뀌고, 세상이 흔들리고, 각자의 마음 사정도 달라지니까요. 누군가에게 이 노래는 잃었던 용기를 되찾게 하는 손난로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멀어진 사람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봉투 같은 것입니다. 저는 이 노래를 “세상에 대한 첫 인사”라고 불러보고 싶습니다. 잘 지내셨나요, 라고 묻는 대신, 기쁨이 먼저 찾아왔다고 알리는 인사. 기쁨이 먼저 손을 내밀면 두려움은 고개를 든 채로도 물러서고, 마음은 자기 속도를 조금 늦춥니다. 느려진 마음은 비로소 듣습니다. 내 옆의.. 2025. 9.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