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35

설악의 척추를 걷다 : 오색에서 대청봉을 거쳐 백담사까지 오색의 새벽, 산의 문을 열다새벽 3시 정각, 남설악 탐방지원센터 앞. 이후마 사진은 카메라 조작 실수로 망침별빛이 머리 위에서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직 세상은 잠들어 있었지만, 산은 이미 숨을 쉬고 있었다. 이른 시간임에도 몇몇 헤드랜턴 불빛이 계곡 사이를 오르내렸다. “오늘은 대청봉까지 간다.”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가쁜 숨을 고르고, 첫 발을 내디뎠다.오색 코스의 초입은 부드럽지만, 곧이어 돌계단이 이어지며 기세를 올린다. 한걸음마다 산의 무게가 실린다. 새벽 공기가 차가워 장갑 안 손끝이 시렸고, 헤드랜턴 불빛 속에서 하얀 입김이 피어올랐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자 이마의 땀이 식으며 식은땀으로 변했다.새벽 5시를 넘기자 동쪽 하늘이 조금씩 붉게 물들었다. 나무 사이로 여명이 스며들며 세상이.. 2025. 10. 13.
공룡 발자취를 따라 걷는 길 – 상족암군립공원 탐방기 바닷가 절벽에 새겨진 거대한 시간의 흔적 경남 고성에 자리한 상족암군립공원은 이름부터가 조금 낯설다. 처음 이곳을 들었을 때만 해도 “암”이라는 글자에 단순한 바위산을 떠올렸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그 풍경은 상상 이상이었다. 바닷가 절벽에 드러난 바위들이 층층이 겹쳐 있으며, 파도와 바람에 깎여 형성된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지질학 교과서였다. 특히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는 모습은 자연의 조각 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공원 입구에서부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넓은 주차장과 깔끔하게 정비된 탐방 안내판이었다. 하지만 마음이 이끄는 대로 바닷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바위 절벽 아래로 이어진 길 위에서 특별한 흔적이 나타났다. 바로 공룡 발자국 화석이다. 언뜻 보면 그냥 움푹 패인 돌.. 2025. 10. 3.
고성 통일전망대 탐방기 동해 최북단에서 만나는 분단의 현장강원도 고성군 현내면에 자리한 통일전망대는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해 있다. 지리적으로는 38선과 가까운 곳이자, 남북을 가르는 군사분계선과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장소다. 속초에서 북으로 약 50km, 고성군의 최북단까지 차로 달리면 닿을 수 있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남북 분단의 현실을 눈앞에서 마주할 수 있는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민간인출입통제선, 이른바 ‘민통선’을 통과해야 한다. 신분증 확인을 거친 뒤 군의 안내를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다. 이러한 절차 자체가 이미 일상적 공간과는 다른 특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도로 양옆으로는 끝없이 이어지는 철책선과 감시초소가 눈에 들어오는데, 이 장면은 한국전쟁 .. 2025. 9. 29.
실패한 축제의 뒷이야기 성공담 뒤에 가려진 또 다른 기록 축제는 왜 늘 성공해야만 하는가그러나 실패한 축제의 이야기를 돌아보는 것은 중요하다. 실패의 기록은 단순히 부끄러운 과거가 아니라, 더 나은 행사를 만들기 위한 소중한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의 참여 부족, 과도한 예산 집행, 무리한 기획, 날씨와 같은 변수를 간과한 준비 부족 등, 실패의 원인은 다양하다. 그 속에는 우리 사회가 축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또 어떤 점을 간과하고 있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성공만을 이야기하는 사회에서는 배움이 제한된다. 반대로 실패를 솔직히 기록하고 분석할 때, 비로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에 실패한 축제의 뒷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우리가 흔히 접.. 2025. 9. 27.
AI 시대, 사람만 할 수 있는 일들 기술 발전 속에서 인간의 고유한 가치를 찾다 너무 빨라진 세상, 그 속에서 던져지는 질문 우리는 지금,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속도로 기술이 발전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특히 AI의 등장은 우리의 일상 전반을 바꿔놓았다. 글을 쓰는 일, 사진을 보정하는 일,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일, 심지어 음악을 작곡하고 그림을 그리는 일까지 이제는 기계가 해내고 있다. 과거에는 인간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부분까지 기술이 발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간이 꼭 해야만 하는 일은 무엇일까?" 기술의 편리함은 분명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작은 불안감도 스며든다. 기계가 글을 쓰고, 디자인을 하고, 계산과 분석까지 대신해주는 세상에서 .. 2025. 9. 27.
지방 소도시의 숨겨진 서점·책방 탐방기 -현진- 여행지에서 만난 의외의 풍경 – 작은 책방의 매력 사람들은 흔히 ‘책방’ 하면 서울의 대형 서점이나 유명 독립서점을 떠올린다. 하지만 진짜 매력은 의외로 지방 소도시의 작은 서점에서 느껴진다.얼마 전 주말을 맞아 한적한 소도시를 여행했다. 사실 특별한 목적은 없었고, 그저 바람을 쐬고 싶어 떠난 길이었다. 그런데 낯선 골목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작은 간판이 발길을 멈추게 했다. 낡은 목재 간판에 ‘○○서점’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마치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켜온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안으로 들어서자 기계음도, 번쩍이는 조명도 없는 아늑한 공간이 펼쳐졌다. 나무 책장이 빽빽하게 서 있었고, 책 사이사이에는 오래된 종이 냄새가 배어 있었다. 요즘 대형 서점에서는 찾기 힘든 ‘온기’가 그곳에는 분명히 존재했다.. 2025. 9. 27.